코치 쌤들과 더 신나게 뛰어 놀면 좋겠어요, 코로나가 미워요
hit. 116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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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클럽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프로그램

 

"오렌지클럽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에요. 아무래도 센터에서는 뛰어 노는 활동이 부족하거든요. 체대생 코치님들이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면서 경쟁이 아닌 스포츠맨십을 가르쳐주니까 돌봄 센터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죠".

 

지난 8월 중순 들른 사랑지역아동센터(성북구 정릉 3동)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찼다. 아동센터 이주연 선생님은 오렌지클럽 활동을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오렌지클럽은 체대생 코치들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놀이 및 스포츠 활동을 하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체대생 코치님과 함께 주 1회, 1시간 30분의 스포츠 놀이를 진행한다.

 

 

 

■ 경기 하다 몸싸움이 나면, 아이들은 멈췄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은 시작 시간보다 일찍 현장에 모여 자기들끼리 뛰놀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더 많이 놀고 싶다는 의지였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이미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센터 돌봄 선생님은 오렌지클럽이 단순히 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멈추는 습관'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렌지클럽 시간에는 다양한 스포츠 놀이를 하는데, 경기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에요. 지고이기는 시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느냐를 배워요. 아이들이 뛰어 놀다 보면 과격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코치님이 ‘잠시 멈춤(STOP)’ 신호를 보내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시간이죠. 막 뛰놀던 아이들이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 좋습니다. 또 서로 이기려고 티격태격할 때는, 아이들끼리 의견을 조정하는 규칙이 있어요. 아이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울 수 있어 더 만족합니다".

 

 

 

■ ‘언택트’ 시대지만 아이들은 뛰고 놀아야 한다

 

오렌지클럽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이 지원하는 청소년 대상의 스포츠 놀이 사회공헌활동이다. 서지협(서울지역아동센터협의회)과 함께 3년 째 진행 중이다, 올해 지역아동센터 20여개 소, 400여 명의 초중고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 초 코로나 확산 속에 활동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돌봄 센터 아이들이 '코치 선생님은 언제 만나냐'며 아쉬워했다. 클럽이 재개된 건 코로나가 잠시 주춤해진 6월 이후였다.

 

오렌지클럽이 다시 문을 연 건,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회공헌활동이 더욱 필요하고, 코로나 시대에도 청소년들은 가능한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는 한화생명의 의지가 있어서였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시대.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잰 뒤 놀이공간에 모인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특이하지만, 지속되어야할 '뉴 노멀'(새로운 일상)이었다.

 

 

 

■ 반칙에는 ‘비난의 손가락’, 배려에는 ‘그린카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놀이는 '말미잘'이다. 놀이 술래가 말미잘처럼 양팔을 흔들며 다른 선수들을 붙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왕따놀이'라 불리는 경기가 있다. 아이들이 빙 둘러 원을 만든 뒤, 원 안의 술래가 공을 못 잡도록 자기들끼리 공을 돌리는 놀이다. 

 

오렌지클럽에서는 관계를 망치거나, 승패에 집착하는 용어는 금지다. ‘왕따놀이’가 ‘황금(공)뺏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 이유다. 남매 김시윤(초등 3) 시우(초등 1) 군은 이날 같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평소에 신나게 놀 일이 없어요. 그래서 동생이랑 태권도 학원 다니는 거 빼고는 심심해요. 코치 쌤들이 재미있게 운동을 가르쳐줘서 너무 좋아요. 평소 동생과 티격태격할 때가 있는데, 같이 운동하면서 팀웍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기뻐요".

 

아이들은 사전에 선수 서약서를 제출한다. 서약서에는 "선수는 멋진 말을 사용 한다', '선수들은 서로를 사랑하며 아낀다', '게임의 최종 승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놀이를 하다 상대를 공격하는 선수는 '비난의 손가락'이라는 제재가 취해진다. 안정과 배려의 플레이를 하는 친구들은 '그린카드'를 받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오렌지클럽의 특별한 용어들이다.

 

 

 

■ 아이들과 코치 쌤은 동반 성장 중, “열심히 뛰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2019년 오렌지클럽 참여아동 390여명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놀이 및 스포츠 활동을 통해 의미있는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신체활동 외 집중력, 안정감 등 정서적 만족도가 높아진 점이 흥미롭다. 1년 동안 신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는 법을 배웠다'(사전 3.2 > 사후 4.0, 5점 기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늘었다'(사전 3.1 > 사후 3.8) 등 의견조정 능력과 집중은 향상됐다. 반면 '과정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사전 3.3 > 사후 2.7), '슬프거나 우울한 느낌이 든다'(사전 2.8 > 사후 2.3) 등 관계 및 정서적 불안감이 낮아졌다. 아이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신체활동이 운동 능력 외에 다양한 지점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효과를 냈다.

 

아이들은 대학생 코치들을 쌤 혹은 언니, 오빠라고 불렀다. 정식명칭은 V-코치다. 비타민처럼 활동적인 쌤이란 뜻이다. 이날 V-코치로 참여한 이택건(남, 스포츠코칭) 김효빈(여, 생활체육 전공)은 체대생이다. 둘 다 체대 3년생으로 취업 준비와 맞물려 바쁘다. 이들에게 코치 쌤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어떤 시간일까.

 

"대학 신입생 때부터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했어요. 저는 경제적이나 정서 면에서 탈 없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소외된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가 가진 능력이 특별한 게 없지만, 누군가의 작은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나중에 CSR(기업 사회공헌 파트) 쪽에 취업하고 싶어요"(이택건 코치).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성격이나 행동이 다르고, 잘 통제하지 못해요. 놀이를 하다 과격해진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 '아차, 너무 노는데 몰두해서. 미안해요, 쌤'이라고 머리를 긁적여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김효빈 코치).

 

오렌지클럽 소속 체대생 코치들은 연간 참여 장학금으로 80만원을 지원 받는다. 오렌지클럽 프로그램 운영은 ‘누구나 차별 없는 교육’을 목표로 하는 소셜벤처 ‘점프’의 휴브 사업팀이 맡고 있다. 휴브는 "모든 아이들이 가장 많이 뛰어 놀게 하자"는 미션을 갖고 있다. 오렌지클럽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경쟁 보다는 ‘함께’를 앞세우는 것이 특징. 현장에서 만난 휴브 정지혜 캡틴(팀장 대신 캡틴이라 부른다. 아이들의 선장이라는 친근한 이름)은 "아이들이 코치들을 언니 오빠라고 부르며 친하다. 그런데 주 1회 활동이라 뛰노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쉽다"면서 "활동시간에는 아이들과 충분히 몰입할 것, 무엇보다 안전한 놀이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더 확보 되야

 

한화생명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됐지만, 한창 뛰어다닐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어떻게 하면 '면대면'의 스포츠 활동을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오렌지클럽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위축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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